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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리나

 

"1874년
제정 러시아"

 

이건 어떡할까요, 어르신?

 

그래

 

집사람과 아이들을 위해
고른 거야

 

안녕, 릴리

 

안녕, 그리샤

 

바샤

 

할머니 보러 갈 사람?

 

저요! 저요!

 

가자, 오리 새끼들아

 

착하게 지내, 간다

 

책 꼼꼼하게 읽어

 

확인해볼 테니까

 

두 번 읽어

 

오빠

 

올케가 가정교사의
편지를 발견했대요

 

그래서?

 

오빠가 나더러 모스크바로 와서
언니가 용서하도록 말해 달래요

 

형님의 간통 때문에
나더러 아내 없이 지내라고?

 

아무리 형님이지만
용서가 안 되는군

 

올케를 위해서이기도 해요

 

오늘 위원회만 네 개야

 

세상이 날 기다린다고

 

네 공부를
봐줄 틈이 없구나

 

세로자 도련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셔츠 누가 입혀줬어?

 

상관없어
엄마 앞에서 읽어봐

 

내일 시간을 내보마

 

고마워, 루키치
내일 시간을 내보마

 

아냐, 내일은 안 돼

 

감사합니다

 

가시죠

 

알렉세이, 9년간의
결혼 생활과 아이들보다

 

사랑의 열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니, 알았어

 

하지만 죄를 지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것만은 명심하라고

 

왜요?

 

외숙모가 사는 곳이
거기거든

 

- 왜요?
- 말했잖아, 세로자

 

외숙모가 좀 안 좋아
가봐야 해

 

왜요, 엄마?

 

계속 이러면 엄마 운다

 

선물 사가지고
금세 돌아올게

 

선물은 필요 없어요
가지 마세요

 

우리 새끼 고양이

 

무슨 선물인데요?

 

이렇게 나와야지

 

아들과 떨어져 보긴
이번이 처음이에요

 

당신은 아들한테서 멀어지고
난 아들한테 돌아가네요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이에요

 

상트페테르부르크엔
손녀 세례식 때문에 왔죠

 

장남이 치르코프 아가씨와
결혼했거든요

 

상당한 미인인데
그동안 왜 못 만났죠?

 

전 모스크바에
살지 않아요

 

그래도 내 이름은
들어봤죠?

 

- 사람들한테서요
- 날 흉보던가요?

 

사랑 때문이죠

 

- 그런가요?
- 늘 그렇죠

 

아들놈들은
날 부끄러워하지만

 

안 하는 것보단
하고 후회하는 게 낫잖아요

 

안 그래요?

 

글쎄요

 

어떤 분이
약속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밖에 계시죠

 

레빈!
어디로 사라졌던 거야?

 

자네를 꼭
만나야 해서 왔어

 

자네 조언이 필요해

 

그럼 내 방으로 가지

 

내 죽마고우
콘스탄틴 드미트리비치 레빈이야

 

나 좀 늦는다고 해

 

바로 저기야

 

힘들어 죽겠어
앉아

 

힘들다니 뭐가?

 

일에 파묻혀 살잖아

 

서류 업무잖아

 

서류 작업이야말로 러시아의 영혼이야
농장은 뱃속일 뿐이고

 

도요새 사냥하러
언제 갈까?

 

세상에, 다신 안 입는다던
카우보이 옷이잖아

 

일이 생겼군

 

맞아, 사랑에 빠졌어
청혼하러 왔어

 

누군지 알겠어?

 

짐작은 가는데
왜 떠나기 전에 청혼 안 했어?

 

그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키티는 천상의 천사고
난 평범한 인간이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키티 없인 살 수가 없는 거야

 

- 가망 있을까?
- 당연하지

 

오늘 셰르바츠키 집에서
파티가 있어

 

사람들 오기 전에
미리 가

 

- 그리고...
- 뭔데?

 

- 부츠 바꿔
- 알았어, 그리고 또?

 

같이 저녁 먹자

 

이따 랑글레테레에서 만나

 

아니면 헤르미타지로 할까?

 

5시 반에
랑글레테레에서 만나

 

헤르미타지보단
그곳에 빚이 많거든

 

사람이 공정해야지

 

그리고 부츠, 코트, 모자까지
새 걸로 완전히 바꿔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저기요

 

혹시...

 

혹시...

 

실례합니다

 

너무 불공평해

 

사랑해서 결혼하고

 

좋은 남편이 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피곤에 지친 할망구가 돼 있는 거야

 

머리도 빠지고
몸은 또...

 

반면, 남자는
아직 힘이 넘치거든!

 

넘쳐나는 여자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미안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군

 

이런 식당을 놔두고
왜 빵집에서 롤빵을 훔치지?

 

갓 구운 빵이거든

 

난 사랑을 얘기하는데
자넨 식욕에 대해 말하는군

 

그거나 그거나
브론스키 백작 알아?

 

누구? 아니, 왜?

 

자네 라이벌이야
자네 떠나고 페테르부르크에서 왔지

 

어떤 자인데?

 

걱정할 것 하나 없어
그냥... 그냥...

 

돈 많은
기병대 장교일 뿐이거든

 

예쁜 여자랑 자는 것 말곤
할 일이 없는 놈이지

 

이거 양배추 수프야?

 

주문하신 러시아식
양배추 수프입니다

 

내가 먹고 싶던 거야

 

내가 죽고 사는 건
오늘 밤 결정될 거라고

 

코스탸

 

코스탸, 키티는
자넬 거절 못 해

 

게다가 돌리도
자네 편이라고

 

키티 짝은 자네랬어
그렇게 될 테니 두고 봐

 

돌리가 그랬어?

 

돌리가 보배인 건
진작 알아봤어

 

보배지

 

보배고말고

 

내가 미친 듯이 사랑했거든

 

콘스탄틴!

 

콘스탄틴!

 

콘스탄틴!

 

너무 일찍 왔어요
이따 올게요

 

아녜요, 올라와요

 

나 좀 봐요

 

부모님이 준비가 덜 끝나서
제가 대신 손님을 맞이하는 거예요

 

난생처음으로요

 

예카테리나 아가씨

 

정말 반갑습니다

 

참석해 주셔서 정말 기뻐요
콘스탄틴 드미트리비치

 

키티, 정말...

 

- 정말...
- 오셨단 얘기 형부한테 들었어요

 

얼마나 머무실 거죠?

 

글쎄요
당신한테 달렸죠

 

저한테요?

 

그러니까 제 말은...

 

제가 온 목적은
한 가지입니다

 

저는...
결혼해 주시겠어요?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때가 안 좋았네요
안 좋았어요

 

결혼해 주시겠어요?

 

안 돼요

 

미안해요

 

그래요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미안해요

 

니콜라이 레빈의 동생이죠?

 

그런데요

 

형은 지금 모스크바에 있고요
키트로브카의 유니콘에 말입니다

 

어떻게 아시죠?

 

내가 좀 알죠

 

브론스키 백작?

 

네?

 

키티 아가씨

 

오랜만에 뵙는데도
어제 만난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어제 뵀어요

 

실례합니다

 

아뇨

 

미안해요

 

코스탸야

 

맙소사!
저 꼴 좀 보게

 

자본주의자가 다 됐구나

 

원하는 게 뭐야?

 

없어
형을 만나러 왔어

 

안녕하세요, 아가... 부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치안 판사 같잖아

 

보드카 가져와! 어서

 

필요 없어

 

난 잘 지내

 

여긴 누가 가르쳐줬어?

 

비밀경찰
형을 감시하고 있어

 

잘됐군

 

날 위험인물로 여기나 봐

 

뭐 좋은 일 있어?

 

없어

 

맞아

 

그날은 올 거야
난 그걸 위해 장자권을 포기했어

 

하지만 넌
역사를 거스르고 있지

 

특권은 부도덕한 게 아니라

 

비논리적이거든

 

아파요!

 

놔, 이게
너한테도 좋아

 

사창가에서 데려온
마랴 니콜라예브나야

 

이젠 내 아내지

 

그게 거슬리면
가도 돼

 

결혼했니?

 

아니

 

왜?
사랑을 기다려?

 

- 아니
- 좋아

 

낭만적인 사랑이야말로
구시대의 마지막 환상이니까

 

소작농과 결혼해

 

그래
그래야겠지

 

형제애를 위하여!

 

형, 병원에 가봐

 

그리고 나을 때까지
나랑 포크로브스코예에서 지내

 

집사람도?

 

형이...

 

아니면...

 

아니면 외국에 있는
온천으로 가든가

 

온천으로 갈 생각이면
돈을 더 보낼게

 

이게 다 뭐지?

 

오스트리아 황족이 신혼여행을 왔죠
나흘 동안 호위하랍니다

 

개인 마차는 정류장 건너편에서
기다릴 겁니다

 

안됐군
뭘 좋아한대? 예술?

 

음식이오

 

기차가 오는군

 

잠시만요

 

오빠!

 

안나!

 

- 기 하나도 안 죽었네!
- 안 죽긴, 죽었어

 

네, 맞습니다
오블론스키의 동생 카레니나예요

 

예쁘지 않니?

 

백작부인

 

부인은 아드님을
전 오빠를 만났네요

 

카레니나 부인도
아들이 있단다

 

아들과 떨어지긴 처음이라
많이 걱정되시나 봐

 

아깐 몰라 봬 죄송했습니다

 

- 안녕히 가세요
- 잘 가요

 

예쁜 얼굴에
키스해 줄게요

 

정리될 때까지
사람들이 못 나오게 해

 

대가족 가장이라는구나

 

이제 그 가족은
뭘 먹고 산대?

 

잠시만요, 어머니

 

잠시만요
잠시만 비켜 주세요

 

부인 덕분이네요

 

정말 친절하시군요!

 

감사합니다

 

브론스키 백작과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마음에 들어?
키티와 사랑하는 사이야

 

오빠랑 올케 말인데

 

제대로 사과했어?

 

말한 그대로야
무릎 꿇고 울기까지 했다니까

 

네게 달렸어

 

난 사무실에 있을 테니
단둘이 얘기해

 

집에 일찍 와

 

맙소사

 

키티가 아가씨 보러 온대요

 

어느새 숙녀가 됐답니다
아가씨를 숭배하죠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
여왕이시잖아요

 

제가요?

 

올케

 

오빠한테 얘기 들었어요

 

올케, 미안해요

 

진심으로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알아요, 이해해요

 

참을 수가 없어요

 

그인 상관도 안 하죠
원하는 걸 가졌으니까요

 

오빠가 원하는 건 올케예요
오빠는 올케를 사랑해요

 

올케와 아이들은
오빠한테 전부라고요

 

우리가요?

 

가정교사도 필요하고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요

 

욕구에 따랐을 뿐
영혼까지는 아니었다고요

 

오빠의 영혼은
진정 후회하고 있어요

 

그럼 나는요?

 

후회한다고 내가
좋아할 줄 알아요?

 

힘든 거 알지만
솔직히 말해줘요

 

오빠를 사랑해요?
실수를 용서해줄 만큼?

 

둘이 함께 있는 걸 상상할 때면
용서할 맘이 사라져요

 

용서 못 해요

 

가엾은 우리 올케
차라리 운명을 받아들이겠단 거군요

 

운명이오?

 

난 잘못한 게 없어요!
다 오빠가...

 

오빠를 사랑해요?

 

오빠도 올케도
서로 사랑하는데

 

용서가 안 되는 거군요

 

그럼 두 사람 함께
비참하게 사는 수밖에 없어요

 

예쁘다
웨딩드레스야?

 

 

'그리샤'의 'G'를 찾아봐

 

여기요

 

이름을 완성해볼래?

 

공주 같지?
맞지?

 

나 왔어!
즐거운 나의 집!

 

우리 오리 새끼들 어딨어?

 

아빠! 아빠!

 

아빠!

 

보브리셰브스 무도회에
가실 거예요?

 

무도회는 따분해

 

형부, 안나한테
무도회에 가자고 하세요

 

당연히 가야지

 

잘해봐

 

새 가정교사는 어때?

 

할머니예요!
100살도 넘었다고요!

 

왜 무도회에
같이 가자는지 알아요

 

모두 목격해주길
바라는 거잖아요

 

그날은 아가씨가
주인공이 될 걸 아니까

 

어떻게 아셨어요?

 

"브론스키"

 

난 다 알아요

 

아가씨 나이로
돌아가고 싶네요

 

둘러싸이고 싶어요

 

푸른 안개에...

 

나도 18살 때 결혼했어요

 

공께선 댁에 계신가?

 

조금 전에
올라가셨을 겁니다

 

손님을 맞을 사람이
아무도 없나?

 

확인은 해보겠지만
아마 그럴 겁니다

 

마님은 일찍 잠자리에 드셨죠
전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됐네

 

며느리를 데려올 줄 알았다

 

그러셨어요?

 

그런데 가져온 건
모자뿐이구나

 

검은색 비단 모자라니

 

어떤 동물로
그런 모자를 만든단 말이냐?

 

어색해

 

다음엔 데려오겠지

 

다음은 없어요

 

키티

 

왈츠 추겠어요?

 

좋아요, 보리스

 

세 번째로요
당신의 첫 무도회니까

 

처음으로 성공했어요!

 

어디로 데려다 줄까요?

 

저기요

 

어떻게 지내세요?

 

안나 덕분에 아주 행복해
같이 춤추겠어?

 

아뇨, 안나랑 추세요

 

아녜요, 난...

 

- 좋아
- 조심해!

 

저런 놈을 소개하다니
당신도 한심하군

 

내가 뭘 어쨌다고요?

 

걱정 있어요?

 

아뇨

 

오늘따라 아름답군요
키티 아가씨

 

아무 말 마요, 엄마

 

키티, 내 차례예요

 

아가씨, 약속하신 대로
함께 춤을 춰주시죠

 

키티랑 마주르카를
출 테니 두고 봐

 

그래! 진짜야!

 

같이 춤춰요

 

난 기차역에서

 

한 번 본 사람과는
얘기 안 해요

 

춤을 거절한다면

 

난 집으로 갈 겁니다

 

키티를 위해 추죠

 

내 여동생이죠

 

다음 역은 볼로고예입니다!
볼로고예입니다

 

도움이 필요해요?

 

왜 모스크바를
떠나는 거죠?

 

이것 말곤
방법이 없으니까요

 

당신 옆에 있으려면

 

그만, 그만해요

 

키티에게 돌아가요

 

싫어요

 

이건 옳지 않아요

 

상관없어요

 

당신은 권리가 없어요

 

상관없어요

 

날 잊어야 해요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모두 잊을 거예요

 

당신은요?
당신은 잊을 겁니까?

 

그래요

 

세로자 괜찮아요?

 

세로자만 걱정돼?

 

그럼, 괜찮지

 

당신은 성공했어?

 

저요?

 

오빠랑 올케 말이군요

 

네, 그런 것 같아요

 

- 내가 직접 알리지
- 알겠습니다

 

브론스키
집주인이 오셨군

 

남작부인, 브론스키 백작을 위해
커피를 새로 끓여요

 

내가 방해된다면
자릴 비켜주죠

 

부인이 있어야
편안합니다, 남작부인

 

피에르, 당신은 왜
이런 달콤한 말 못해요?

 

제 남편 얘길
하고 있었어요

 

이혼을 못 해준대요
왠지 아세요?

 

- 아뇨
- 우리 가족 재산이 탐나서죠

 

법에 호소할래요

 

내가 바람피운다고 해서

 

피에르의 찻잔을
쓸 필요는 없잖아요

 

보세요!

 

제 찻잔입니다

 

모스크바는 어땠어?

 

고루하지, 뭐

 

선물 고마워요

 

올케한테 편지 써요
키티한테도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그만 자자고

 

새 법규에 대해
모스크바에선 뭐라던가?

 

무슨 새 법규요?

 

내가 의회에서
통과시킨 법규 말이야

 

아무도 말 않던데요

 

그래?

 

여기선 돌풍을 일으켰어

 

베치

 

사촌

 

그림 애호가인 줄 몰랐어

 

이제부터 되려고

 

리디아 백작부인 말이

 

당신이 모스크바 여행 이후
부인의 파티엔 안 온다더군

 

저번 파티는
선교사 때문이었고

 

제가 워낙

 

그리스, 로마 교회 연합엔
관심이 없어서요

 

미안해요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인데

 

가요, 늦겠어요

 

소식이 있네

 

승진 명단이 발표될 텐데
자네도 포함됐어

 

감사합니다

 

타슈켄트에 있는 요새야

 

타슈켄트요?
하지만...

 

전 이곳에 있고 싶습니다
괜찮다면요

 

나야 괜찮지

 

문제는 자네 어머니야
자네 어머니 생각이었거든

 

부군께선 성자예요

 

러시아를 위해 우리 모두
부군을 소중히 지켜야 해요

 

만찬에 안 왔더군

 

부대장을 만나느라

 

'그녀'도 안 왔어

 

공연 끝나고 같이 가요

 

크리스토프 신부님의 중국 선교 활동을
환등 슬라이드로 보여준대요

 

트베르스코이스 댁에
가기로 했어요

 

어쩔 수 없죠

 

그런데 베치는
다음에 만나도 될 텐데

 

베치 양 집에
가려는 게 아녜요

 

푹 빠졌군

 

터무니없는 짓을
할지도 모르겠어

 

좋은 구경거리예요

 

안나의 그림자가
안나보다 먼저 도착했어요

 

난 안나와 친구지만

 

공개적으로 그러기로
결심하는 거

 

카레닌처럼 기품 있는 남자에겐
예의가 아니에요

 

내 생각을 밝히자면 카레닌은 바보고
안나는 우리보다 나아요

 

우리 모두 당신의
반대 의견에 반해 당신을 좋아하죠

 

알렉세이, 절박해 보여

 

매력 없어

 

희망을 잃고 있어

 

무슨 희망?

 

정숙한 여자한테
결혼 서약을 깨라고 설득하려고?

 

아니, 네 말이 맞아

 

그 여자는 안 올 거야

 

그는 갔어요

 

하지만 깜짝 쇼엔
제대로 시간 맞춰 왔네요

 

마차 돌려!

 

얼음이 필요하세요?

 

가져다 드리죠

 

담배가 낫겠어요

 

다음에 다시 시도할 거예요

 

언제?

 

어디서요?

 

모스크바 때보단
매너가 좋아졌구나 생각했는데

 

그땐 형편없었잖아요

 

아주 형편없었죠

 

그게 누구 탓이죠?

 

차 좀 주세요

 

좋아라!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왔네

 

지금 이곳에 알렉세이가 둘이라니
긴장돼서 못 보겠네요

 

날 만나 기뻤어요?

 

슈즈부르크 댁 만찬에서

 

천 루브르짜리 소스가 나왔는데
맛이 정말 끔찍했어요

 

내가 준비한 85코펙짜리 소스가
훨씬 나았다니까요

 

그만해요

 

당신 때문에
죄책감만 생겨요

 

나더러 어쩌라고요?

 

모스크바로 가서
키티한테 용서를 구해요

 

맘에 없는 소리 말아요

 

모스크바요?
더 멀리 갈 수도 있어요

 

오늘 밤 타슈켄트로
옮기라는 걸 거절했는데

 

마음을 바꿀 수도 있어요
그럼 다신 날 못 만납니다

 

날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내 평화를 돌려줘요

 

내겐 드릴 평화가 없어요

 

우리에겐 평화가 없습니다

 

고통 아니면
최대 행복뿐이죠

 

부군께선 구제불능이에요

 

견해는 죄다 틀렸는데

 

말솜씨가 뛰어나
매번 논쟁에서 이긴다니까요

 

네?

 

집에 같이 가려고 왔어

 

더 있을래요

 

나중에 마차나 보내줘요

 

그러지

 

내가 타슈켄트로
떠나길 원해요?

 

타슈켄트로 가죠

 

안 돼요!

 

가지 마요

 

할 얘기가 있어서
기다렸어

 

무슨 얘긴데요?

 

밤이 늦었어요

 

안누시카는요?

 

가서 쉬라고 했어

 

이런

 

할 말 있으면
침대에서 해요

 

경고할 게 있어

 

경고요?

 

너무 늦었어요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당신은 오늘
경솔과 부주의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어

 

난 위원회가 아녜요

 

쉽게 얘기해요

 

당신과 브론스키 백작 말이야

 

사람들과 얘기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군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주시하더군

 

질투란 단어는 당신에겐 모욕
내겐 굴욕이 되겠지

 

내게 당신 감정을
물어볼 권리는 없어

 

오직 양심에 달린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남편 된 사람의 의무로써
우린 신 앞에서 하나가 됐고

 

이 결합을 끊는 건
신에 대한 범죄라는 걸 말해주고 싶군

 

할 말이 없네요

 

당신에겐 아들이 있어

 

피곤해요

 

내가 틀렸다면 용서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너무 늦었어요

 

나가줘요

 

너무 늦었어

 

신이여!
용서해주세요!

 

모든 게 끝났어요

 

이젠 당신 말곤
내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기억해요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은 나의 행복인데

 

행복?

 

당신은 내 행복을 죽였어요

 

살인자

 

살인자

 

계속해요

 

그래요

 

계속해요, 살인자

 

살인자

 

조심해, 온다

 

운이 없군

 

정말 기가 막힌 맛이네.

 

모스크바에 식당 열면

 

랑글레테레는
그날로 문 닫을 거예요

 

사실이야

 

- 모스크바 소식 알려줘?
- 바빌론? 됐어

 

맞다, 관심 없지?

 

좋아하는 시골에서 살겠다

 

좋아하는 농사지으며 살겠다

 

사냥까지 하잖아

 

원하는 건 다 가졌다니까

 

알았어, 말해봐

 

빵 훔치는 건 관뒀어?

 

발레리나인데 동양인이야
난들 어쩌겠나?

 

셰르...

 

셰르바츠키 가족은?

 

키티 말이군

 

- 지금쯤 약혼했겠지?
- 아니

 

브론스키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어

 

여름에 키티가 예르고쇼브로
돌리를 만나러 갈 거야

 

자네도...

 

여름에 얼마나 바쁜데

 

올해는 카신에 가서
건초도 만들어야 해

 

카신? 예르고쇼보 가는 길에
있지 않아?

 

가다 들르면 되겠네

 

그땐 더더욱 안 돼
한 번 창피한 걸로 됐어

 

집어치워, 코스탸
키티를 사랑하잖아

 

그런데도 용서가 안 돼?

 

꽁무니를 뺀 것도
일을 망친 것도

 

군인한테 속은
18살짜리 아가씨한테서

 

달아난 것도
다 자네인데 말이야

 

불쌍한 건
자네가 아니라 키티야

 

내게 맘이 없댔어

 

사냥하러 온 거야?
날 비난하러 온 거야?

 

그렇게 안지 마
소포가 아니라 아기야

 

키티 이모란다

 

아기를 안고 있으니
근심이 다 사라지는 것 같지?

 

난 근심 없어

 

눈물 흘릴
가치도 없는 남자야

 

관심 없어, 잊은 지 오래야
그 여자도 그렇고

 

그 여자에 대한
증오라면 모를까

 

그럼 다신
얘기 안 꺼낼게

 

세상엔 좋은 남자도 많아

 

형부 말로는...

 

키티, 콘스탄틴이...

 

레빈 얘긴 왜 꺼내?

 

난 결혼 안 해

 

결혼 얘기만 들어도
이제는 구역질이 나

 

언니도 결국 이 꼴이잖아
그게 무슨 사랑이야?

 

사랑이니까

 

신경 안 써요

 

신경 써야 해요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차피 난 저주받았어요

 

난 아녜요
난 축복받았어요

 

- 날 사랑해요?
- 그래요

 

- 나만을?
- 아뇨

 

- 프루프루도요?
- 맞아요

 

그래도 말보단
날 더 사랑하죠?

 

 

행복해요?

 

그래요

 

날 사랑해요?

 

그래요

 

얼마나요?

 

이만큼

 

이만큼?

 

그래요

 

- 이만큼?
- 그래요

 

이만큼?

 

그래요

 

이만큼?

 

그래요

 

이만큼? 이만큼?

 

이게 사랑이군요

 

이것이...

 

백작부인

 

페테르호프에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

 

거기서 오는 길이에요

 

올해는 평소와 달리
다른 집을 빌렸다니 실망이에요

 

안나가 변화를 원했거든요

 

그래서 차르스코에 셀로에 있는
베치 집 근처로 갔나요?

 

차르스코에에
황실 근위대 여름 캠프가 있죠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날 용서해요, 하지만...

 

당신은 지나치게 관대해요
당신 부인은...

 

집사람 얘기였습니까?

 

집사람에 대한 험담은
말아 주십시오

 

어쨌든 제 아내니까요

 

알로샤! 알로샤!

 

어머니가 전하랬어

 

친구인 소로키나 부인이
이곳에 머물고 있대

 

처녀인 딸과 말이야

 

이건 내 말이고

 

어쨌든 다들
경마장에 올 텐데

 

끝나고 다 같이
저녁을 먹재

 

제군들! 제군들!

 

너희에게 연대를 주겠다!

 

연대를 위하여!

 

승진을 거절했단 얘기 들었다

 

엄마가 개입했거든

 

그래

 

이젠 여자와
짝을 지어주려 하시지

 

알렉세이, 우린 형제니
기분 나쁘게 듣지 마

 

결혼은 등짐을
지는 것과 같아

 

손은 자유로우니
사다리는 오를 수 있지

 

유부녀와 사귀는 건

 

등짐을 손에
드는 것과 같아

 

소문났구나

 

가볼게, 형

 

밀회가 있어?

 

이리 와
소개해줄게

 

아름답구나

 

기수가 다칠 일은 없겠어

 

내일 이길 자신 있어?

 

마호틴의 글래디에이터가
우승 후보야

 

키가 16핸드지

 

거기에 비하면
프루프루는 앙증맞아

 

하지만 오기가 있지

 

그렇지, 프루프루?

 

안나

 

알렉세이!

 

웬일이에요?

 

경마 전에
당신 얼굴 보려고요

 

무슨 생각 했어요?

 

말해봐요

 

임신했어요

 

내 사랑

 

우리에게 사랑은
불장난이 아니었어요

 

구석에 숨는 건
이제 그만둡시다

 

매일 거짓말하는 것도요

 

그래요

 

이제 우리
함께할 수 있어요

 

어떻게요?

 

카레닌한테 다 말해요

 

그이가 당신한테
날 넘겨줄 것 같아요?

 

그럼 떠나요

 

그이를 떠나
당신 정부가 되라고요?

 

그래요, 달아나요

 

그럼 다시는
아들을 못 만나요

 

법은 남편과
아버지 편이니까요

 

그럼 어쩌자고요?

 

당신이 나 땜에 불행한 건
참을 수 없어요

 

불행이오?

 

당신은 굶주린 거지에게
먹을 것을 줬어요

 

내가 불행해요?

 

천만에요

 

내겐 이게 행복이에요

 

세로자!

 

세로자, 잡으러 간다!

 

어딨니?

 

세로자!

 

어딨어?

 

잘 있었니?

 

가정교사가 안 보이는구나

 

알렉세이

 

드디어 시간이 났군요
자고 갈 거죠?

 

왜?

 

선생님 찾아봐

 

옷 갈아입어야 해요

 

베치가 마차를
보낸다고 했거든요

 

같이 갈래요?
경마 보러 가기로 했는데

 

경마라, 그렇군

 

아냐, 나중에 가지
다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봐야 해

 

좋았어!

 

아가씨! 아가씨!

 

내기합시다!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쿠솔레프요

 

난 브론스키요
지면 장갑 한 켤레?

 

좋아요

 

알렉산더 브론스키예요

 

정말 예쁘구나

 

오늘 우승하는 사람에게
트로피로 줘도 되겠어

 

달려, 프루프루! 달려!

 

달려!

 

달려, 프루프루! 달려!

 

알렉세이!

 

나 여깄어

 

나 여깄다고

 

일어나!

 

일어나

 

등이 부러졌어

 

있잖아...

 

황제는 경마를
못마땅해 한다더군

 

다치면 위험하니까

 

하지만 난...

 

뭐요?

 

군인에게 남성적인 스포츠는
가치가 있다고 봐

 

이해가 안 돼요

 

스포츠 자체가 아닌
구경거리로서 말이야

 

잔인한 광경을...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 솔직히 말하지
- 그래요

 

오늘 당신 행동 부적절했어

 

어떻게요?

 

기수 하나가 말에서 떨어졌을 때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잖아

 

부적절했어

 

다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돼
전에도 말했잖아

 

불필요하고 터무니없는
걱정이라고 하겠지만

 

당신은 내 아내잖아

 

내 생각이 틀린 거지?

 

그렇지?

 

내가 오해한 게...

 

아뇨

 

오해가 아녜요

 

그를 사랑해요

 

난 그의 정부예요

 

맘대로 해요

 

자리 좀 비켜줘

 

스캔들은 안 돼
그러니 다신 만나지 마

 

소문 안 나게 행동하라고

 

사교계에서도
하인들 사이에서도

 

그래야만 아내로서
특권과 의무를 누릴 수 있어

 

내일 집으로 돌아와
이상이야

 

다쳤어요?

 

무슨 일 있어요?

 

남편한테 내가
당신 정부라고 말했어요

 

내가 당신 없이도
살 수 있대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잘 시간인가?

 

내가 축하를 받아
당신도 기쁠 거야

 

훈장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알렉세이, 안 돼요
미안해요

 

난 이제
그 사람 부인이에요

 

그 사람 아이를
임신했어요

 

내가 뭘 했기에
이런 대접을 받는 거지?

 

그만!

 

낫이 몇 자루죠, 시어도어?

 

42자루입니다, 주인님

 

어르신 생전에는
이틀간 30명이 동원됐어요

 

어르신께서 직접
낫을 드신 적도 없고요

 

그래서 다들
날 싫어하는군요

 

익숙한 게 좋으니까요

 

일하면 맘이 안정돼요

 

어떻게요?

 

풀 베는 동안은
왜 여기 있나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주인이니까 여기 있죠

 

늘 그랬던 것처럼요
다 신의 은총입니다

 

아버지는 당신을 소유했어요

 

사고파는 가축처럼요

 

그것도 신의 은총인가요?

 

물론입니다

 

제 막내예요

 

자유로 인해 일거리를 찾아야 하니
생활이 위태로워졌어요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이는데요

 

저런 게 인생인가요?

 

연락받고 왔네

 

아뇨

 

난 이렇겐 안 살아요

 

끝없이 기다리며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가슴 졸이잖아요

 

미안해요

 

내 안의 악마예요
통제가 안 돼요

 

편지엔 아프다고
돼 있던데

 

걱정 마요
오래가진 않아요

 

- 그만
- 정말이에요

 

꿈속에서 들었어요

 

그것 봐요
악몽일 뿐이에요

 

맞아요, 당신 애 낳다가
난 죽을 테니까

 

- 헛소리
- 헛소리라고 말해줘요

 

어서요

 

당신은 나만 사랑해요

 

편지엔 당신 남편이
집에 없다고 쓰여 있던데

 

늦게 나간 거예요
그 사람 잘못이라고요

 

근데 당신...

 

왜 그 사람을
내 남편이라고 부르죠?

 

그 사람은
내 남편이 아니라 시계예요

 

어색했어요, 내 명예를 지켜줘야죠
나랑 동의했잖아요

 

대령과 창녀를 공유할 때
명예를 생각해요?

 

악마가 또 나온 거예요?

 

당신이 날 미워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안나

 

손을 대봐요

 

태동이 느껴져요

 

카레닌 장관께 묻고 싶군요

 

화려한 집시 부족에 대한
법안 말입니다

 

이 학구적이고
신을 경외하는 유대인들이...

 

제 얘길
안 듣고 계시군요

 

지금 집에 누가 있지?

 

마님만 계십니다

 

그이를 부른 건...

 

당신이 애인을 왜 불렀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뭘 하는 거죠?

 

그놈의 편지!

 

내일 모스크바에 갔다가
지방을 돌아다니며

 

유대인과 집시들의
상황을 조사할 거야

 

분명 그자들이 나보다
상황이 더 나을걸

 

이혼으로 당신이 쫓겨나기 전까진
이 집엔 안 돌아오겠어

 

그때까진 큰 누님이
내 아들을 돌볼 거야

 

안 돼요, 알렉세이
세로자는 내게 주세요!

 

내가 내 아들을
당신한테 맡길 것 같아?

 

타락하고 명예라고는
없는 여자한테?

 

사랑의 저주가 풀린 게
정말 다행이군

 

자네 조언이 필요해

 

- 서둘러, 어서!
- 그래, 알았어

 

앞장서

 

- 우리가 늦었나요?
- 당연하죠

 

노르츠톤 백작부인이에요

 

지난 겨울 셰르바츠키 씨 댁에서
만날 뻔했죠

 

들어오세요

 

들어가세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키티도 여기 있어요

 

콘스탄틴
정말 오랜만이에요

 

당신한텐 그렇지만
난 얼마 전 당신을 봤습니다

 

언제요?

 

에르고쇼보에 가실 때

 

전 카신에 있었습니다

 

근데 왜...

 

다시 만나서
참 기뻐요

 

그대로군요

 

안 그렇길 바라요

 

그땐 철없고
어리석었으니까요

 

지난 일이에요

 

당신도 그대로네요

 

네, 그래요

 

메뉴를 소개합니다
마리-루이즈 잉어 수프에

 

아스파라거스와
로스트 비프를 곁들였죠

 

제가 직접
시장에 다녀왔어요

 

한 자리 더 만들어

 

우리 관계는 끝났다는 걸
알려주려고 왔어요

 

형님 동생과 이혼합니다

 

이혼?

 

맙소사, 무슨 소리야?

 

급할 것 없지
같이 저녁 먹자고

 

돌리와 얘기도 하고

 

이미 모든 게 끝났어요

 

이혼할 땐 하더라도
저녁은 먹어야지

 

페테르부르크 사람들은
자신들만 올바르고

 

모스크바 사람들은
따분하고 구식이라고 하죠

 

하지만 우린
사는 법을 안답니다

 

요전날만 해도

 

바샤 프리야치니코프가
결투에서 크비츠키를 죽였어요

 

그 얘긴...

 

결투 이유가 뭐였죠?

 

당연히 프리야치니코프 부인이죠

 

부인의 명예를
지키려고 한 겁니다

 

야만적인 행동이에요
애인이 남편을 죽였으면 어쩌려고요?

 

그래도 부인의 명예가
지켜지나요?

 

여하튼 사랑 때문에
목숨 거는 애인은 없잖아요

 

사랑이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어요?
콘스탄틴 드미트리비치?

 

네, 하지만 이웃의 아내한텐
목숨 안 겁니다

 

전 불륜은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의 아내를 존경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욕정만을 위한 욕정은
탐욕일 뿐이죠

 

일종의 식탐이에요

 

신이 인간에게 신성한 것을
오용할 자유를 주신 건

 

인간다운 인간이
되라는 뜻에서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소와 다름없죠

 

이상주의자셔!

 

그럼 아가씨는
다신 결혼을 못하게 돼요

 

인생을 망치게 된다고요

 

난 노력했어요
자기가 선택한 겁니다

 

시 매부

 

절 보세요

 

아가씨를 용서하기 전까진
맘의 평화를 얻지 못할 겁니다

 

전 그걸
아가씨한테 배웠죠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

 

난 냉혹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누굴
미워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젠
그 사람이 너무 미워요

 

내게 너무나
큰 잘못을 했습니다

 

자, 백작부인
한 곡 연주해 주시죠

 

안 물어보나 했어요

 

좋아요

 

지난번 만나고 나서

 

당신한테 묻고 싶었던 게
한 가지 있어요

 

뭔데요?

 

"나 - 절 - 안 - 뜻"

 

이거예요

 

나를...

 

절대로...

 

"나는 - 절대 - 안 - 뜻"

 

나는

 

나는 절대로

 

"나는 - 절대 - 안 - 뜻인"

 

마지막 글자는
'뜻인가요'군요

 

"나는 절대
안 된다는 뜻인가요"

 

"그 - 나 - 맘 - 잘 - 몰"

 

"몰라요"

 

"그건 나도
맘을 잘 몰라요"

 

뭔지 알겠어요

 

"그땐 나도
맘을 잘 몰랐어요"

 

그때는요

 

지금은 어때요?

 

"나 - 용 - 잊 - 수 - 있"

 

나를 용서하고

 

잊어줄 수 있겠어요?

 

"나 - 당 - 사"

 

늘 그랬어요

 

"돌아와요, 용서해줘요
난 죽어가고 있어요, 안나로부터"

 

그인 왜 안 오죠?

 

그인 상냥하니
날 용서해줄 거예요

 

열이 계속 올라가요

 

알렉세이를 데려와요
왜 안 오는 거죠?

 

물 좀 줘요
아냐, 안 마실래요

 

딸애한테 안 좋아요

 

애는 유모한테 맡겨요

 

여긴 데려오지 마요
곧 알렉세이가 올 텐데

 

아이를 보면
가슴 아플 거예요

 

이미 오셨어요
저길 보세요

 

심판은 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날 용서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군요
하지만 그이를 모르잖아요

 

나 말곤 아무도
그이를 몰라요

 

난 이제 그이가
두렵지 않아요

 

하지만 죽음은 두려워요

 

가엾은 사람

 

가까이 오라고 해요

 

알렉세이

 

알렉세이

 

내 남편을 봐요

 

이인 성자예요

 

이 사람 손을 잡아요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만 가주게

 

안나가 자네를 찾으면
부른다고 약속하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를 용서하네
안나를 용서해

 

내 영혼은
기쁨으로 충만해

 

영원히 곁에서
안나를 돌볼 거야

 

괜찮아

 

괜찮아

 

네 꼴 좀 봐

 

제대로 웃음거리가 됐구나

 

군대에서도 쫓겨날 거다

 

가세요, 어머니

 

갈 때 되면 갈 거야

 

유부녀랑 장난치는 것도

 

어느 정도지

 

푹 빠져서는
물불 안 가리고...

 

넌 너 자신은 물론

 

러시아에 평생을 바친
사람을 욕보였어

 

나랑 모스크바로 돌아가자

 

넌 여기서 끝났어

 

자기 부인 드레스 중
가장 화려한 걸 입고 있더라고요

 

얼굴엔 온통
립스틱이고 말이에요

 

브론스키에 관해
알려줄 게 있어요

 

누가 왔지?

 

엘리자베스 페데로브나
트베르스카야 아가씨입니다

 

만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부군께서
반대 안 하실...

 

반갑습니다

 

안색이 안 좋군

 

얘길 너무 많이 했나 봐요
그만 가볼게요

 

베치가 찾아온 건...

 

당신한테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아요

 

브론스키 백작이 떠나기 전에
나한테 작별인사하고 싶어 한대요

 

싫다고 했어요

 

그만 가볼게요

 

나도 생각이 같아

 

굳이 떠나는 마당에
작별인사하러 올 것까진 없지

 

그렇다고 했잖아요
자꾸 얘기 안 해도 돼요

 

당신이 결정해

 

이미 결정했잖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러니 그 얘긴
제발 그만해요

 

그러지
내가 해줄 일 없나?

 

있어요, 제발, 제발, 제발
손마디 좀 그만 꺾어요

 

난 나쁜 여자예요

 

근데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당신의 친절과 용서를
무엇으로도 보답할 수 없는...

 

용서해 달라고 애걸했잖아

 

근데 죽지 않았으니
평생 이렇게...

 

그래서 어쩌라고?
뭘 원하는데?

 

뭘 원하는지 알긴 해?
브론스키 백작을 만나고 싶나?

 

작별인사하기 위해서는 아녜요

 

안 들려

 

작별인사하기 위해서는 아녜요

 

여자로서 당신 인생은 끝날 거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사회에서도 냉대받고

 

이혼하게 될 경우
모든 책임은 당신이 지게 돼

 

그럼 다시는 법적으로
결혼할 수 없다고

 

브론스키와 살아봤자
그건 불륜이야

 

지금 내 보호를 받는
당신 딸은 사생아가 되고 말이야

 

그걸 원하나?

 

당신이 자멸하게 둘 순 없어
그건 죄악이니까

 

한 가지 잊었군요

 

브론스키 백작과 난
서로 사랑해요

 

이 사랑은 어리석은 죄악도
신성하게 만드나?

 

그 사람이 떠나는 건
나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슴에
총을 맞은 것 같다고요!

 

그렇군

 

세로자는 어떡할까?

 

그 아이를
목숨보다 사랑하지만

 

이렇게 살 순 없어요

 

사랑을 알 나이가 되면
날 용서할 거예요

 

난 좀 더
가벼운 죄를 선택하지

 

내 망토를 훔쳐간 브론스키에게
코트까지 주겠어

 

안 돼요, 난...

 

내 사랑, 내 사랑

 

창백해요

 

내 사랑

 

남부로 가서 바닷바람을 쐬고
햇볕을 쬡시다

 

맘에 들어요?
잠깐 앉아봐요

 

모두 보여줘요

 

잠시만요

 

이젠 부엌일까지
내가 해

 

나댜 부모가
이곳에 발도 못 들이게 하거든

 

무리도 아니지
이런 부적절한 일이 어딨겠니

 

콘스탄틴이야

 

그래, 잘 왔다

 

이곳 의사는 돌팔이야

 

모스크바 의사를 데려와

 

어디 있었어?

 

내 결혼식에 초대하려고
사방을 다 뒤졌어

 

죄송합니다
저이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알겠어요
집사람이...

 

그만 가주세요

 

형은 우리끼리 돌볼 거야

 

여자는 마을로 보낼 테니

 

마주칠 일 없을 테고

 

여자도 당신을 만날
처지가 아니라는 걸 알아

 

이런 일을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런 불쾌한...
그런 타락한...

 

안 그래도 한창
주의해야 할 시기인데

 

코스탸

 

좋아요, 깨끗한 잠옷과
시트를 가져오세요

 

수건이랑 따뜻한 물도요

 

잠시만요

 

향수도 갖다 주세요

 

내 가방
바깥 주머니에 있어요

 

스트레모프 21표, 카레닌 4표
동의가 가결됐습니다

 

알렉세이, 그들이 돌아왔어요

 

이곳 상트페테르부르크로요

 

안나가 내게 편지를 썼어요

 

부인한테요?

 

내게 거절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세로자의 생일이에요

 

나의 친구여

 

꺼져야 하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꼴이 될 거예요

 

내가 답장하죠

 

세로자를 만나러 왔다

 

마님?

 

용서하세요, 마님

 

세로자를 만나러 왔어

 

세로자

 

엄마?

 

우리 아들

 

엄마가 올 줄 알았어요

 

오늘 내 생일이에요

 

알아

 

우세요?

 

아냐, 안 울어

 

어디 다녀오셨어요?

 

나도 몰라

 

다 돌아다녔어
남부에

 

한시도 널
잊은 적이 없단다

 

나도 그래요

 

아빠를 사랑해야 해
엄마보다 좋은 사람이야

 

엄마보다 좋은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안 돼요

 

안야는?

 

아직 자요

 

코트 걸까요?

 

어디 편찮으세요?

 

잠을 못 자

 

약을 사오라고 할게요

 

그래

 

왜 불 안 켰어?

 

야시빈이 올 거야
기억하지?

 

외출할 거야?

 

어디로요?

 

누굴 만나러요?

 

왜 그래?

 

온종일 연락도 없더군요

 

형을 만난다고
어제 얘기했잖아

 

형을 온종일 만나요?

 

나보다 형이 더 중요해요?

 

왜 그래?

 

형이 전적으로 동의했어

 

모스크바의 어머니 집은
형이 갖기로 했지

 

시골에 있는 저택이
우리의 새 집이 될 거야

 

이혼하는 대로

 

카레닌한테선
아직 답장이 안 왔나?

 

돌아온 뒤로 방문객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베치가 편지를 보냈는데

 

6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집으로 오라더군요

 

7시였나?

 

오늘 저녁 오페라 극장에서
만나실 텐데요

 

표만 있다면
저도 가고 싶어요

 

부인, 4번 좌석을 드리죠

 

먀그카야와 함께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자네도 가겠나?

 

- 그럼 이만...
- 이래서 이이가 당신을 좋아하는군요

 

극장엔 못 가

 

- 안누시카!
- 맙소사

 

목욕물 받아!
드레스는 내가 고를게

 

안나, 부탁이야

 

난 내 자신이나
내 행동이 부끄럽지 않아요

 

당신은 창피해요?

 

호텔방 예약해요

 

로맨틱하게

 

맘이 변한 거예요?

 

당신이 걱정돼
가지 말라는 거야

 

걱정되는데
왜 같이 안 가죠?

 

상황이 악화될 테니까

 

겁내는군요

 

난 아녜요

 

분장실에 가볼래요?
여기 있을래요?

 

여기 있을래요

 

장관님!
축하합니다

 

잠시 이리 오세요

 

소로키나 모녀예요

 

모스크바에 살죠
브론스키 어머니와 이웃인데

 

대단한 부자예요
아들은 없고 미망인이랍니다

 

내가 원래 중매쟁이잖아요

 

알렉세이

 

오페라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올 거지?

 

네 형수한테 물어볼게

 

안나를 만나주시겠어요?

 

알렉세이, 저도...

 

빌어먹을!

 

안나는 죄인이 아닙니다

 

차라리 법을 어기는 게 낫죠

 

규칙을 어겼잖아요

 

무대 장식을 누가 했지?
공연 팸플릿을 안 가져왔네

 

대령님, 잠시만 빌릴게요

 

그러세요

 

여기요
제 것을 보세요

 

감사합니다, 정말...

 

이건 수치예요

 

조용히 해
예의를 다한 것뿐이야

 

다들 보잖아

 

보라고 해요!
내 망토 가져와요

 

어쩌다 우리가...

 

품위도 모르는 여자 같으니라고
집으로 가요

 

조용히 해, 부탁이야
한두 마디밖에 안 했다고

 

나도 한두 마디 하죠

 

이런 곳에 오다니
정말 뻔뻔스럽네요

 

몸을 함부로 굴린 걸
자랑이라도 하려고 왔는지

 

그래, 가봐

 

안나를 구해주고
너라고 광고를 하렴

 

알렉세이

 

이래서 안나는
이혼해야 하는 거야

 

결혼으로 모든 게 해결될 테니까
언제 이혼한대?

 

나한텐 이미 내 아내야

 

보다시피 착각이야

 

모스크바 들렀다
시골집으로 갈 거야

 

잘 생각했어

 

며칠 있다 떠날 테니
안나를 만나줘

 

그렇다면

 

이걸로 작별이군

 

당신 아주 신 났던데요

 

어머님이 미는 쪽이
미망인이에요, 딸이에요?

 

- 어느 쪽이든
- 농담 아녜요

 

날 사랑한다면
극장에 못 가게 가뒀어야죠!

 

그래, 내 잘못이야

 

잠을 못 자겠어요

 

내가 재워줄게

 

"모르핀"

 

아가씨, 정말 반가워요

 

잘 지냈어요?
아기는요?

 

오빠가 아가씨랑 브론스키 백작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어요

 

이해해요

 

아뇨
아가씨는 이해 못 해요

 

키티 부부가
우리 집에 머물고 있거든요

 

아기를 낳으러
모스크바에 와 있죠

 

키티가요!
정말 기쁘다고 전해주세요

 

1, 2년 있다가요

 

사랑이란...

 

그래요, 사랑이란

 

나한테 실망하셨어요?

 

아뇨, 나라도
똑같이 했을 거예요

 

도망가자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게다가 난
용기도 없고요

 

오빠는

 

여전해요

 

남자들이란
원래 그런가 봐요

 

"모르핀"

 

좋은 생각이 있어요

 

여기서 말고

 

시골에서 기다려요

 

이제 이혼에 대해선
듣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아, 나도 지루했는데
언제 떠나지?

 

나 때문에 지루한 건
시골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당신이 아니라 모스크바야
언제 떠나지? 내일?

 

내일까진 준비 못 해요

 

- 그럼 모레
- 당신이 원한다면

 

잠깐, 모레는 일요일인데
어머니를 만나야 해

 

기차역에서 20분 거리예요

 

내일 만나고 와요

 

혹시 소로키나와 함께
일요일을 보내고 싶은 건가요?

 

부탁이야
찬물 끼얹지 마

 

내일은 안 돼, 내일까지
어머니가 서류를 읽는 건 무리야

 

그럼 여기 있어요

 

- 혼자 일요일에 떠날 테니까
- 말도 안 돼

 

당신한텐 말 안 되겠죠
여기서 내가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까

 

- 안나
- 이젠 날 사랑하지 않잖아요

 

나 때문에 모든 걸 포기했으니
내가 원망스럽겠죠

 

- 왜 거짓말하는 거죠?
- 그만해!

 

출발을 늦췄다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군

 

당신 사랑에 의지해 살아왔는데
이제 남은 게 없어요

 

우린 끝이에요
끝났다고요

 

미안해요

 

언제 떠나든 상관없어요

 

어머니한테 전보 칠게
일요일에 떠나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하겠어

 

- 날 떠나요
- 싫어, 당신을 사랑해

 

왜죠?

 

사랑에 이유는
필요하지 않아

 

혼자 짐 쌀 수 있겠어?

 

난 떠날 준비 하러
나가봐야 해

 

웃음 헤픈 그 여자를

 

만나러 가나요?

 

아니,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를 기다릴 거야

 

그런 다음 친구들과
송별파티 할 거고

 

속셈 다 알아요

 

빌어먹을
정말 참을 수가 없군!

 

원한다면 친구들을
이리 초대하지

 

말은 고마운데 난 부도덕해서
같은 식탁에 못 앉아요

 

전보는 누가 보냈죠?

 

이미 아는 얘기라서
안 보여준 거야

 

카레닌이 약속은 못 하지만...

 

이혼엔 신경 안 쓴다고 했는데
왜 전보를 숨겼죠?

 

나한테 할 말 없어?

 

어머님이 미는 쪽이
딸이었군요

 

어머니를 대신해
서류를 가져온 것뿐이야

 

안나

 

안 돼

 

하느님

 

용서해 주세요

 

겨울이 끝나기 전에
사료를 살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을 너무 닦달하진 마세요
올바르게 살면 되는 겁니다

 

뱃속이 아니라
영혼을 위해 살면 돼요

 

올바른지 어떻게 알죠?

 

그냥 알게 되죠
아니면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난
이성을 믿어요

 

이성이라, 마님도
이성이 고르라고 시키던가요?

 

할 말이 있어

 

깨달은 게 있어

 

뭘 깨달았는데요?

 

날 보고 웃어

 

애가 아주 성숙해요

 

뭘 깨달았는데요?

 

정말 장하구나

 

안녕히 주무세요

 

너도 그만 자

 

잘 자라

 

안야!

 

안야!

 

안야!

 

안나 카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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